오래간만에 쌓인 이야기나 좀 하자.
#1.
크리스마스의 혁혁한 노동 덕에 이번 달은 마음이 넉넉할 것도 같다. 시간은 여전히 넉넉치 못하지만.
#2.
이 직업의 문제점은 멍때리고 있다간 그저께와 어제와 오늘 겪은 일들이 뒤섞인다는 것이다.
마치 어제 일이 그제 일처럼, 그제 일이 방금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정신줄 놓고 있다간 인간사표를 낼수도 있을 듯. 아니 정말로 하는 말이지만서도.
워낙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작업을 정해진 만큼 딱딱딱 맞춰해서 그런걸까.
#3.
매장 일은 재미있으면서도 보람 있으면서도 씁쓰름하다.
#4.
점점 주량이 늘어난다. 많이 마시진 않아도 자주 마신다.
스트레스를 단기간에 해소하는 좋은 방법은 적당히 마시고 일찍 자거나, 또는 적당히 다른 일을 신경쓰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내겐 그래.
#5.
나는 제법 호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지만 상대방에겐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내 얘기이기도 하고 남일이기도 하다.
어느쪽이냐 하면은, 자기 입장에서 싫은 건 싫은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건 남 입장에 섰을 때 존중해주면 좋겠지.
하지만 그런 당연한 얘기도 가끔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래서 괜히 그럴 일도 아닌데 별 것도 아닌 일로 상처를 주고받고 한다.
그 일 자체가 가슴이 아플 뿐이야.
하지만,
역시 싫은 건 싫어.
#6 - 1.
매장 점주님과 통화를 하는데, 휴대전화기 대 휴대전화기로 통화를 하면 가끔 내 목소리까지 들릴 때가 있다.
오늘 내가 말하면서 내 목소리도 같이 들렸는데, 이건 뭐 왠 까칠까칠 ; ; ;
오베르슈타인이 와서 치근댈 것만 같은 그런 무기질. 퉁명 그 자체.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껍데기지만 참 그렇구나 싶다하고 씁쓸해했지.
그래도 점주님 말씀이,
"얜 원래 이런 애야. 신경쓰지마" 하고.
예전에 아르바이트 애들에게 허허 웃으며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역시 우리 사장님은 뭔가 달라하고 퍽 좋아했었다.
남자는 자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매진하는 법이다.
해서, 장사나 좀 더 많이 잘됐으면 싶은 바람도 많은데.
#6 - 2.
가슴속에 얼음을 심으면 몸도 마음도 차가운 사람이 된다.
그런데 그건 자기 자신도 그 차가움에 덜덜덜 떨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얼음을 품고 있으니 본인도 차야 당연한 일인데, 그런 걸 모르거나 가끔 잊고 살 때가 많지.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하고 버젓이 행동해야 하는 건 보통 일은 아니다. 애나 어른이나.
근데 어쩌겠어. 이십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애처럼 굴 수는 없지않은가.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다.
있다면 그건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고 착각한다거나 진짜 그럴 수는 있는데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
#7.
자아 여기까지 끄적대놓고 아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하면서 가슴 구석탱이에 쳐박아놓고 내일이나 재밌게 살아보려고 노력하자.

